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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부터 감사공영제 도입해야 / 박윤종(대학원 회계정보학과 박사과정 99) 동문

오늘도 아파트관리소장으로부터 강한 항의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담당회계사들이 엄격하게 감사하냐는 주장이다. 무엇이 주로 문제냐고 반문하니까, 아파트의 노후화와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아주 적게 배부하고 설정해왔는데, 이걸 왜 문제삼고 감사보고서를 한정의견으로 하려느냐는 것이다.

장기수선비를 미리 조금씩 받아서 축적해 놓지 않으면 아파트가 크게 망가져도 고칠 재원이 없어 더 큰 사고가 벌어지고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회계감사를 계기로 장기수선비를 주요 문제로 부각시켜 주민들을 설득하고 조금씩 더 내게 하면, 아파트의 노후화와 붕괴를 예방하고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관리소장은 주민들 눈치보느라 관리비에 매월 조금씩 배부하자는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회계사가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한정의견으로 알려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라고 설득했다.

아파트관리소장은 맞는 말이긴 하다면서도 당장은 주민들과 동대표들에게 질책을 듣고, 관리소장직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하소연하였다. 회계감사인으로선 난감하기도 하였지만 관리소장 반발을 무릅쓰고 장기수선충당금 과소설정으로 감사보고서를 한정의견으로 작성하는 것이 회계와 감사원칙이다.

아파트노후화를 막기 위해 관리소장이 앞장서 종을 쳐야 하는 것인데, 회계감사인이 와서 대신 경종을 울리면서 주민불만도 완충해주니 일거양득인 것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당장은 돈이 조금씩 더 나가니 좋아할 사람은 적다. 그러나 장기수선충당금을 미리 배부하고 잘 거둔 아파트가 특별수선을 잘해서 더 튼튼하고 오래간다면 아파트가치는 조금씩 거두어 낸 장기수선충당금액의 몇 백배가 오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소신있고 제대로 된 회계감사는 영리기업이나 아파트가 밖에서는 모르게 속으로 병들어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처음 5천억원이 적자일 때 미리 투명하게 공개하고 알렸다면, 5조원의 분식회계로 가지 않고 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제대로 된 회계감사에 은근히 저항하는 것일까.

첫째, 어떤 종류의 감사도 모두 기피대상이다. 전국민은 국정감사나 특검에 가장 관심을 둔다. 정부조직과 공기관도 감사원을 제일 두려워하고 기업들도 내부감사부서를 늘 기피한다.

둘째, 회계감사는 기업 전임직원의 1년간 모든 거래내용을 의심하면서 들여다보는 것이므로 누구나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국정감사나 특검 등은 대부분 특별히 노출된 특정사건 중심인 반면, 기업회계감사는 오너회장부터 직원의 활동까지 1년간 모든 것이 대상이다.

셋째, 누구나 싫어하는 일인데 감사보수는 현장업무 수행인력과 품질만큼 주어야 한다. 숨길게 많고 문제점이 많은 기업일수록 감사도 어려워 고급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대가를 더 내야함이 일반적인데 현실은 불량기업일수록 이게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넷째, 투명하고 정직한 우량기업은 회계숫자가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작성되었는데도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감사수행보수를 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투명한지 여부는 타인이 철저하게 다시보고 제대로 감사해야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회사가 제시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니 감사를 괜히 받았다는 본전 생각이 나게 되어 있다. 결국 불량기업은 돈이 없다고 깎고 우량기업은 투명하니 할게 없다고 감사보수를 깎는다.

이와 같이 회계감사는 강제적 법률행위이고 전국민을 위한 공공재이다. 투명회계는 납세의무에 앞서며, 매년 반복하므로 유사시를 대비하는 국방의무보다도 상시적이다.

따라서 자기이익 본능에 투철한 기업의 외부회계감사는 공익보호를 위한 법률적의무로 보는 차원에서 외감제도도 좀 더 강하게 공영제로 법제화되어야 한다. 아파트소장으로부터 왜 이렇게 강하게 감사하느냐는 항의를 여러 차례 듣고서, 차제에 국민 3천만명 이상이 살아가는 아파트회계감사부터라도 공영지정제와 가격법제화가 빨리 이루어져야 주민이 매월 납부하는 관리비사용내역을 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안세회계법인
박윤종 대표

공인회계사
서울고,서울대 경영학과,서울대 경영학석사,국민대 회계정보학박사, 삼일회계법인, 안건회계법인 이사, 한국외대 국민대 경영학 겸임교수

원문보기 :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7/08/201708093325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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