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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톱스타들의 성적 급락… 기량 저하 아닌 ‘가면증후군’이 원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여성골퍼와 심리학

 충분히 능력·자격 갖췄는데
 자신 무능 들킬까 지나친 걱정
 일찍 성공한 여성에게 잦아

19세 메이저 우승한 청야니
1위 군림하다 현재 805위로
10代 깜짝우승 박인비·리디아
 이유 없이 부진에 빠져 고생

 
19세 나이로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메이저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고 그해 신인상을 차지했다. 이후 4년 동안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 내리 15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을 2차례나 받았다. 22세에 메이저대회 5승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전설’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대만의 청야니가 여자골프계에 남긴 업적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 남자 같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운 청야니는 2011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무려 109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키며 세계여자골프를 지배했다. 2006년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158주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기간.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청야니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 5월까지 8개 대회에 출전해 3번의 우승을 포함,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린 청야니는 6월 들어 갑자기 부진에 빠졌고 16개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3차례나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청야니 추락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2016년부터는 우승은 고사하고 톱10 진입 없이 컷 탈락을 밥 먹듯이 하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박인비(106주)와 리디아 고(104주)보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오래 지켰던 청야니의 올해 8월 말 세계랭킹은 805위다.

청야니의 부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충격, 미스터리로 통한다. 보통 슬럼프는 부상이나 사생활 혹은 코치나 부모와의 불화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청야니는 그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청야니가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거나 훈련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청야니는 부진에 빠진 이후 더 열심히 연습에 매달렸다. 특유의 장타력은 여전했고 스윙코치가 보기엔 기술적인 문제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도 성적이 나오질 않으니 미칠 노릇. 이럴 때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이른 성공에 취해 나태해졌다는 언론, 골프팬의 근거 없는 비난에 청야니는 분노하고 또 좌절했다.

스포츠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청야니 부진의 원인은 ‘가면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가면증후군이란 유능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충분히 자격을 갖췄는데도 언젠가 가면이 벗겨져 자신의 무능함이 밝혀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깜짝 성공으로 갑자기 주변의 주목을 받게 될 때 자신이 이뤄낸 업적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성공이 혹시 운 덕분은 아닐까 하며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가면증후군이 주로 남보다 일찍 성공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완벽주의가 원인이다. 완벽주의 성향이 높아지면 웬만큼 좋은 성과를 내도 쉽게 만족하지 못할뿐더러 행여 실수라도 하면 쉽게 좌절하고 자신을 비하하게 된다.

실제로 청야니는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성공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아왔으며, 자신은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성적이 좋은데도 더 완벽한 샷을 하고 더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며 자신을 계속 몰아붙였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에 대한 인색한 평가와 달리, 5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청야니는 15세 때 미국골프협회가 주관한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서 당시 골프 천재로 주목을 받고 있던 재미교포 미셸 위를 꺾고 우승할 만큼 재능과 실력을 갖췄다.

 2008년 20세 나이로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뒤 부진에 빠져 이후 4년 가까이 우승을 하지 못했던 박인비, 2015년 18세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2016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내리막길을 걸었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면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질 수도 있다. 문제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자기보다 조금 약한 상대와 겨뤄 이김으로써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바로 프로복싱의 전설적인 프로모터 돈 킹이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상 미국)을 헤비급 챔피언으로 키울 때 쓴 전략이다. 박인비도 2010년 미국보다 한 단계 낮은 일본 투어로 옮겨 내리 4승을 거둔 후에야 비로소 오랜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92801032239000003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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