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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의 폭로, 푸틴의 반격 / 강윤희(러시아, 유라시아학과) 교수


러시아 모스크바 법원에서 열린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 중 알렉세이 나발니. AP 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러시아 시위 사태가 심상치 않다. 독극물에 중독된 나발니가 독일에서 5개월 간의 치료를 받고 모스크바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됨으로써 이번 사태가 촉발되었다. 1월 17일의 체포 이후 23일과 31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10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번 시위는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2010년대 러시아의 이전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위의 규모 또한 남다르다. 1월 23일의 경우 야권 추산으로는 전국적으로 1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31일 시위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체포된 시위대의 수도 23일 4,000여 명, 31일 5,000여명에 달하는데, 이 수로 판단하건대 러시아 시위 사상 최대 규모이다. 
 

  나발니와 푸틴의 싸움은 한 판의 체스게임을 연상시킨다. 나발니는 그간 푸틴 정권의 부패 현황을 폭로하고, 항의시위를 조직하고, 러시아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를 당선시키는 운동을 펼쳐왔다. 이에 대한 푸틴 정권의 대응은 그의 반부패재단에 대한 행정적 및 재정적 압박, 그 자신의 여러 차례에 걸친 체포와 구금, 그리고 2014년 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이었다. 이것으로 나발니를 무력화시킬 수 없어서일까? 작년의 나발니 독극물 암살 시도는 그의 입을 영원히 닫게 만들 뻔했다. 그러나 일은 깔끔히 처리되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했다면 일을 (제대로) 끝냈을 것이다"라는 멘트로 정부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노비촉이라는 군사용 화학무기가 사용된 만큼 러시아 정부가 이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 뉴시스


푸틴은 왜 의식을 잃은 나발니의 독일 이송을 허용했을까? 나발니가 독일에서 사망할 수도 있었겠지만, 설령 회복되더라도 푸틴 정권을 두려워하여 러시아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법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사람에게 푸틴 정부가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 나발니가 망명 정치인으로 해외를 떠돌 경우 그의 국내 정치적 영향력은 현저히 축소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푸틴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나발니의 선택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러시아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도 그냥 무방비 상태로 러시아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푸틴을 위한 선물을 가져온 것이다. 흑해 연안에 지어지고 있는 소위 푸틴 궁전에 대한 폭로 영상, 푸틴의 숨겨진 딸이라고 추정되는 여자의 SNS 계정 폭로가 그것이다. 나발니의 이번 폭로는 직접적으로 푸틴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폭로와는 달리 그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푸틴이 상당한 부를 축적했으리라고 짐작했더라도, 그 부정 축재의 규모를 눈으로 실감나게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실제로 푸틴 궁전에 대한 영상은 10일 만에 1억 뷰를 넘어섰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흑해 남부 연안의 고가 부동산 전경. AFP 연합뉴스


푸틴은 이 궁전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나발니의 폭로 영상이 너무 지루해서 끝까지 다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건물이 푸틴 이름으로 등기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누가 푸틴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고 1조원이 넘는 호화 건물을 짓거나 소유할 수 있을까? 시위 참가자들은 이러한 러시아적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싶다.

 

푸틴의 반격은 나발니의 재판과 구금, 시위대의 체포이다. 지난 2일 나발니는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1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던 나발니는 앞으로 2년 6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나발니가 자신은 "결코 자살할 계획이 없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힌 것을 보면, 그는 자신도 “자살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싶다. 교도소 복역 중 의문사를 당한 변호사 마그니츠키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발니와 푸틴의 대결은 러시아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 힘겨루기로 전환되었다. 나발니나 그를 지지하는 러시아 시위대도 여기서 밀리면 미래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푸틴도 여기서 밀리면 자신이 공들여 쌓아온 권력의 탑에 심각한 균열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중이다. 2021년이 러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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